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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뷰

파이어 엠블렘 각성 리뷰

유토니움 2013. 12.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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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스코어 92(72개 리뷰)

  2012년에 일본에 발매된 파이어 엠블렘 신작이 오랜 기다림 끝에 북미, 유럽에도 2013년 발매되었습니다. 서양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어 최고의 3DS 게임 혹은 올해 최고의 게임 목록에서도 어렵지 않게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바뀌고 신작이 나오면 시스템을 갈아엎는 게 보통인데 이번작은 좀 더 변경이 큽니다. 처음하는 분만 아니라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를 해보신 분도 오랜만에 상당히 낯선 룰을 느낄 것입니다. 과거에 있던 시스템이 개량되어 도입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시스템은 과거 시리즈에서 한번도 쓴 적이 없는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게임이 아주 간편해지면서 새로운 느낌입니다.

  일단은 없어진 것이 눈에 띕니다. 구출 명령과 기병/비병 유닛의 행동 후 이동입니다. 옆에 있는 유닛을 옮기거나 행동을 하고 나서 이동하는 규칙이 사라졌습니다. '유닛을 선택해서 이동시킨다. 이동한 자리에서 명령을 선택한다. 명령을 수행한 유닛은 바로 그 자리에서 다음 턴까지 대기한다.'라는 고전적인 원칙에 따라 아군을 배치해야 합니다. 아군을 옮기는 여러 경우의 수가 사라지고 정말로 단순해졌습니다. 전술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고 여러 번 사용해서 익숙하기도 한 시스템을 삭제하고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강조해서 성공시킨 과감한 선택입니다.

  유닛을 옮기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레스큐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번작은 레스큐 지팡이를 상점에서 팔기 때문에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게임 중반부터 금괴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전투 준비는 넉넉히 할 수 있습니다. 지팡이를 사용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아군 유닛을 지팡이 사용자와 인접한 장소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진군을 빠르게 하거나 적에게 돌격한 아군을 뒤로 빼낼 수 있습니다. 파고들만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이 또한 굉장히 간단한 규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핵심 시스템은 듀얼입니다. 인접한 아군 유닛이 자동으로 전투에 가담하게 되며 같이 싸운 캐릭터끼리는 빠르게 친해집니다. 듀얼에는 서포트 보너스, 듀얼 스트라이크, 듀얼 가드와 같은 이점이 있습니다. 서포트 보너스는 아군에 유리하게 확률을 더하는 것으로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적의 공격을 피하고 크리티컬을 날리기 쉬워집니다. 듀얼 스트라이크는 옆에 있던 캐릭터가 같이 공격을 해줘서 두 사람분의 공격을 하는 것이고 듀얼 가드는 옆에 있던 캐릭터가 아군을 감싸서 어떤 공격도 피해없이 막는 시스템입니다. 역시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확률이 높아집니다. 혼자 싸우는 것보다 두 사람이 훨씬 유리하며 랭크 S인 부부 사이가 되면 가장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무 사이도 아닐 때의 보너스  부부 사이의 보너스

  또다른 핵심 시스템은 페어 업입니다. 페어 업은 두 유닛을 하나로 묶어서 행동하는 2인 1조 시스템입니다. 뒤에 있는 유닛의 클래스, 두 유닛 사이의 관계, 뒤에 있는 유닛의 능력치에 따라 앞에 있는 유닛에게 능력치를 더하는 결합입니다. 행동은 앞에 있는 유닛을 기준으로 하며 뒤에 있는 유닛은 적에게 공격받지 않습니다. 아군 페이즈의 명령으로 앞과 뒤를 바꿀 수 있으며 옆의 다른 유닛과 교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능력치가 높은 유닛을 비병에 태워서 이동한 뒤 스위치, 적을 쓰러뜨리는 방법도 많이 쓰입니다.

  파이어 엠블렘 각성에서 전술은 더없이 간단해졌으며 2인 1조 시스템이 매우 강력한 것이 특징입니다. 페어 업을 통해 만들어진 강력한 유닛에 적의 공격을 집중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모든 전투에서 듀얼 시스템이 적용됩니다. 이 시스템은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높은 이득이 주어집니다. 보통은 운이 좋으면 적을 한 턴에 쓰러뜨릴 수도 있는 정도지만 부부끼리의 2인 1조는 적을 한 턴에 잡을 확률이 100%에 가까워지고 적의 공격 중 1/5은 회피 판정 이전에 무효로 만들어 버립니다. 개개인의 레벨 업도 존재하지만 캐릭터 사이의 관계 발전도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캐릭터 개인 성장에서 특이점은 세컨드 실이라는 전직 아이템입니다. 아이템을 쓰면 클래스 변경이 가능하며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세 개의 클래스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스킬과 능력치를 보존한 채 다른 클래스 레벨 1에서 시작합니다. 클래스 변경을 원치 않으면 기존처럼 그냥 상위 클래스로만 가도 됩니다. 이 경우도 레벨 20에서 다시 레벨 1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해서 레벨 업에 제한은 없어졌습니다. 레벨 20이 최고 레벨이고 레벨 20까지 가기도 전에 게임이 끝나곤 했던 과거작에 비하면 레벨 업이 빈번해지고 레벨 업으로 인한 스탯 비중이 커졌습니다. 능력치 한계도 45정도로 높아지고 후반부에 나오는 적들의 레벨과 능력치도 높습니다. 레벨을 별로 올리지 않아도 싸우는데 지장 없던 예전과는 달리 레벨을 올리지 않은 캐릭터는 후반 투입이 어렵습니다. 반대로 자주 쓰는 캐릭터는 끝없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 성장 시스템도 매번 바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과거의 단순한 시스템 쪽입니다. 하지만 전술 관련 시스템과는 달리 이쪽은 게임플레이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될 것 같은 부분이고 이번작은 이런 경향이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음 특징으로 넘어갑니다.

  

  열화의 검과 신 문장의 비밀의 영향을 받은 듯한 아바타가 존재합니다. 아바타는 주인공인 크롬이 이끄는 군대의 군사입니다. 플레이어가 전지적 시점에서 게임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곁에서 아군을 지휘하는 것으로 이입시키는 기법입니다. 가끔 주인공이 정면 쳐다보면서 말 거는 거 외에는 병풍 취급이었던 열화의 검과는 달리 이번엔 주인공 역할도 양분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상 큰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아군 유닛들 모두에게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시리즈 전통 요소로 종장에서 아군 유닛들이 한마디씩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각성에서는 아바타를 중심으로 연출됩니다. 성능도 역대 최고수준이라 터무니없을 정도로 사기적입니다. 트위치, 유튜브의 파이어 엠블렘 각성 스피드런을 보면 다른 캐릭터 다 무시하고 아바타로 적을 전멸시키고 스킵하는 것만 반복해서 1시간 이내에 깰 정도입니다. 전용 클래스 군사 외에도 모든 범용 클래스로 전직이 가능하며 모든 능력치가 잘 오르고 모든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지원회화가 있습니다. 아바타가 아군 유닛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작품의 주제와도 통하는 점인데 시스템상으로도 40명이 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모두와 지원회화가 존재하며 어떤 이성 캐릭터와도 결혼할 수 있습니다. 여성 아바타로 플레이하는 분은 주인공 크롬은 물론이고 모든 남성 캐릭터 중에서 남편을 찾을 수 있으며, 남성 아바타로 플레이하는 분 역시 모든 여성 캐릭터 중에서 아내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 3000살의 성숙함으로 돌아온 치키, 파이어 엠블렘의 영원한 아이콘 안나까지도 각성에서 아군이 되고 결혼도 가능합니다.

아바타의 매력엔 주인공도 예외없습니다.  안나와 결혼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처음엔 어색한 사이  지원회화를 진행함에 따라 캐릭터 사이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연애게임으로서의 파이어 엠블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각성에서 지원회화는 더 풍부해졌으며, 다른 시스템과도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회화 분량은 동성친구끼리의 조합도 캐릭터마다 2명씩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이성간의 조합은 역대 최고입니다. 일부 특수한 캐릭터를 제외하고도 각각 10명 이상의 아군 1세대 남성 유닛들과 여성 유닛들 사이의 모든 조합이 가능합니다. '이 캐릭터와 저 캐릭터가 커플이 되면 좋을텐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만들 수 있습니다. 경우의 수가 100가지가 넘어가지만 각 커플마다 모두 고유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으며 C, B, A, S로 랭크가 오름에 따라 네 번의 대화 이벤트가 있습니다. 두 캐릭터가 친해져서 대화를 실행할 때마다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관계가 깊어지고 네 번째 대화에서는 프로포즈까지 이어집니다. 이 결과는 앞서 설명한 듀얼, 페어 업 시스템까지 나아갑니다. 안 친할 때는 옆에서 싸워도 가만히 있던 애들이 관계가 진행됨에 따라 같이 공격하고 감싸주고 하는 빈도가 늘어가고 부부가 되면 거의 공격할 때마다 달려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 사이에서는 또 특별한 결과가 있습니다.

  

  성전의 계보의 요소도 들어왔습니다. 부부가 생기면 게임 중반부터 2세 유닛이 나옵니다. 캐릭터 원형은 어머니 쪽에서 정해져 있으며 아버지의 머리색이 유전됩니다. 능력치와 클래스 자질은 부모 양쪽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부모의 스킬을 하나씩 물려받고 등장합니다. 보통 캐릭터들과는 달리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탄생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라는 점이 또한 애착을 느끼게 합니다. 부모자녀 사이, 형제자매 사이의 지원회화도 있으며 다른 부부의 아들, 딸들과도 지원회화가 있습니다. 1세대와 비슷하게 2세대 아이들도 동성친구 2명씩에 이성친구는 모든 조합으로 지원회화가 있고 2세대 커플들도 S까지 진행하면 결혼합니다. 회화 자체가 과거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커플 회화와는 다른 부모자녀 회화의 감동도 있습니다.

  시스템들을 부분부분 살펴보았는데 이런 시스템들의 작용은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듭니다. 각성에서 뚜렷하게 강조되고 있는 것은 듀얼, 페어 업을 이용한 2인 1조 전술과 지원회화입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Invisible Ties', 'Bonds', '인연'입니다. 지원회화나 인연이라는 테마의 뿌리는 과거작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작중 모든 국가, 모든 종족 출신 캐릭터들이 최소 한명씩 들어가는 연합군이 만들어져서 평화를 찾아가고 그 사이에서 여러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은 파이어 엠블렘의 전통입니다. 하지만 각성에서는 이 주제를 핵심 키워드로 정면에 위치시키고 전술의 핵심 요소로 사용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SRPG를 플레이하듯 플레이어 마음대로 유닛을 선택해서 쓸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유닛들은 서로서로 어떤 관계를 형성해가고 이것이 단단하게 묶여져가며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관계에 따라 새로운 유닛이 탄생하기도 하고 다음 세대와, 혹은 다음 세대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이런 흐름이 게임 시스템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유도됩니다. 시스템 구조상 주어지는 보상과 재미를 따라 플레이하면 플레이어마다 고유한 관계 도식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게임의 주제의식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파이어 엠블렘 각성은 요약하자면 관계를 만들어가는 SRPG입니다. 여기에서 훌륭한 점은 게임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킨다는 점입니다. 관계를 만드는 것의 주체는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입니다. 캐릭터들에게 정해진 운명은 없으며 모든 결과는 플레이어의 선택이 만듭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지원하고 그만큼의 대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방대한 대본은 SRPG가 독립된 장르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인 유닛에게 인격을 부여하는 기능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게임 시스템의 구조 설계와 높은 완성도로 전술적인 동기를 부여해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재미를 얻기 위해서 타당한 선택을 하고 그 과정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것은 게임이라는 매체이기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 게임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에는 인터페이스와 유저 편의 기능도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통해 역대 최고의 인터페이스를 보여줍니다. 파이어 엠블렘 각성으로 SRPG를 처음 해보는 분들도 많은데 이 경우는 비교대상도 없고 이런 인터페이스가 당연한 것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아무 SRPG나 해봤던 분이라면 처음 게임을 실행했을 때 인터페이스에서부터 감흥이 있을 것입니다. 기초적인 부분만 유지하고 매번 빼고 넣고 하는데다, 취향에 따라 뭐가 더 좋다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시스템과는 달리 인터페이스는 편리함이라는 기준에 따라 꾸준히 발전하고 과거의 좋은 점들이 모두 더해진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기술로 있을만한 것은 다 있습니다. 맵 화면에서는 버튼으로 간단하게 3단계 확대/축소가 가능하고 어떤 축척에서도 게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필요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축척을 바꿔가며 게임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버튼 하나 누르면 적들의 공격 범위가 표시되어 위험한 곳/안전한 곳을 한 눈에 알 수 있으며, 특정 적 유닛을 마킹해서 공격 범위를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동 후 공격/회복/페어 업처럼 자주 쓰는 기능은 커서를 바로 대상에 찍어서 이동과 행동 명령을 한번에 내릴 수 있고, 전투 애니메이션 옵션도 당연히 있습니다. 모두 On/아군 페이즈에만 On/유닛 개개인별로 따로 설정/모두 Off 설정도 할 수 있고 유닛별 설정 뿐 아니라 회복, 춤만 애니메이션을 끌 수도 있습니다. 전투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는 도중에도 일시정지/재생/빠르게 재생/스킵을 즉시 쓸 수 있고 적군 페이즈 도중에도 버튼을 눌러서 전투 애니메이션 On/Off를 바꿔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맵에서 유닛들이 움직이는 모습도 모두 On/모두 Off/이동만 Off/적군만 Off 옵션이 있으며, 적군 페이즈 도중에도 버튼을 눌러서 적들의 행동을 보지 않고 넘기거나 빨리 넘길 수 있습니다.

  옛날에 비해 게임이 아주 편리해졌을 뿐만 아니라 적군의 행동이나 애니메이션 도중에도 바로 시각 정보를 끄거나 가속시키는 등의 기능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손 안에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정보를 배치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듀얼 스크린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메인 플레이 화면은 위쪽에서 보여지는 가운데 아래쪽 화면에는 항상 필요한 정보가 배치됩니다. 커서 움직임에 따라 해당 유닛의 정보가 바로바로 아래에 뜨며 화면 하나만으로 유닛의 능력치, 무기, 스킬, 최종적인 공격/명중/회피 수치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는 HP, 능력치 단위가 낮고 간단한 숫자만 확인하면 전투 결과 HP가 얼마 깎이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아군의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서 아군, 적군 유닛의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게임에서 수시로 벌어집니다. 매번 플레이어가 커서 맞추고 버튼 눌러서 새로운 화면을 띄웠다가 끌 필요없이, 커서를 움직이며 아래쪽 화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게 한 것은 대단히 효율적입니다. 덤으로 각 항목을 터치하면 툴팁이 떠서 세부적인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잘 디자인되었습니다.

  인터페이스와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보여주는 요령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SRPG 가운데서 가장 뛰어납니다. 이 부분은 예전부터 간단한 정보와 룰로 구성되고 인터페이스가 간결한 시리즈였다는 점, 스크린이 두 개인 하드웨어 특징, 개발사가 오랫동안 SRPG를 만들어 온 경험 같은 게 더해져서 유리하게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3D 그래픽을 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전투 모션이 괜찮다든지,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컷씬이 좋다든지, 사소하지만 맵 위에 캐릭터나 지형지물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게 좋다든지 등의 얘기도 있겠지만 핵심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게임플레이에 작용하는 것들이 만족스럽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SRPG라는 장르, 게임이라는 매체의 원리에 부합하는 게임 시스템 설계와 탄탄한 완성도로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유도시키고, 플레이어 편의적인 인터페이스에 있어서도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에 게임으로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 하드웨어가 나오면 또 새로운 파이어 엠블렘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가 각성 이상의 완성도로 계속 나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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