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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 / 미스터 펫 ★★★★★

유토니움 2017. 4. 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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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찬호께이를 알게 되고, 스텝을 읽으면서 기억한 이름이 있습니다.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로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수상한 미스터 펫입니다. 미스터 펫은 1회 수상자, 찬호께이는 2회 수상자인데 아직 미스터 펫 작품은 국내에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공동 집필작 스텝이 작년에 소개되어 책 반 권으로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텝에서도 SF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기발한 발상이 돋보였는데, 이번에 오롯이 책 한 권으로 미스터 펫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입니다. 요즘 VR이라고 부르는 그거 맞습니다. 이 소설이 쓰인 게 2009년인데 소재가 참 현대적입니다. 요즘 독자들이 더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의 2020년 타이베이에서는 과거의 번화가, 시먼딩을 가상현실로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시먼딩을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하여 체험단도 운영 중인 단계입니다. 그런데 그 가상의 거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추리소설이라 기대가 되었고, 그 특수함 또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건은 가상현실에서 있었지만, 실제로 죽은 사람의 몸은 VR실에 있습니다. 가상현실에서 받은 충격을 시스템이 전달해서 사람이 죽은 것입니다. 그러니 보통 추리소설처럼 시체에서 사인이나 외부인의 접촉을 알아내는 게 의미 없습니다. 가상현실이기 때문에 로그인, 로그아웃 시간이 확인되지만 그렇게 쉽게 사건이 풀리지는 않습니다. 이용자들의 로그아웃 기록, 사망시각 추정, 주인공의 진술이 들어맞지 않아 수사는 혼란에 빠집니다. 사건을 풀기 위해서도 버추얼 스트리트의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살인사건과 그 수사가 전부라면 생각보다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버추얼 스트리트 표류기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미스터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합니다. 과거에 기억을 잃은 주인공 옌루화, 루화 앞에 나타나 엄마가 된 여자, 의문스러운 루화의 선배 다산, 다산의 과거사와 딸에게 벌어진 일 등이 꾸준히 미궁을 만들어내기에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미궁에 빠진 독자에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가 마지막에 진짜 출구를 들이밀어 깜짝 놀라게 합니다. 우연이나 작위적인 기술도 들어가지만 멋진 설계로 보입니다.

사건이 풀리고 그것만으로 끝나면 평범한 추리소설이지만 종장 또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미스터리가 풀리는 것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이야기 구조였습니다. 결말까지 읽고 앞으로 돌아가 보니 작가가 짠 구조가 보이면서 입체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작가의 노림수에 당하긴 했지만 소설 읽기로 이런 재미를 준다면 즐겁게 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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