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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 본문

추리소설

열세 가지 수수께끼 / 애거서 크리스티 ★★★★

유토니움 2017. 3. 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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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 시리즈 초기 단편집입니다. 황금가지 전집 번호 6번으로 나온 걸 보니 인기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황금가지 전집을 보면 해문판에 없는 단편집을 1번으로 내고 2번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3번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대표작을 먼저 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 대표 단편집이며, 마플을 좋아한다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해문판 제목은 화요일 클럽의 살인입니다.

제인 마플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개성을 잘 살리는 주인공입니다. 허구적 매력이 듬뿍 담긴 프로파일러라 할 수 있습니다. 평생 시골에서 산 노인이 오랜 경험으로 인간사에 통달한 것입니다. 이는 곧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악을 꿰뚫어 보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세상이 얼마나 악으로 물들었는지 알고, 정의 실현에 단호하면서, 젊은이들을 인자하게 보는 캐릭터입니다.

13개 단편이 있는데 6+6+1 구성입니다. 앞의 여섯 개가 한 시리즈, 뒤의 여섯 개가 또 한 시리즈, 마지막에 독립적인 단편 하나가 있습니다. 초기 여섯 편은 매주 화요일 밤에 모이는 여섯 사람이 돌아가면서 내는 수수께끼입니다. 그리고 뜨개질을 하고 있던 마플이 모든 정답을 맞힙니다. 이 여섯 편은 이야기가 단순합니다. 그리고 마플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몇 개월 뒤에 쓰인 두 번째 시리즈는 재미있습니다. 이번엔 여섯 사람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는 하루 과정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인물들이 얽혀서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범행 동기가 중시됩니다. 그리고 오랜 경험과 통찰로 이를 파헤치는 마플 또한 표현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여섯 사람 간의 대화도 제법 있고, 이야기하는 주인공에 따라 진행에 변화를 주는 등 재미있는 점이 많습니다.

화요일 밤 모임 ★★
1927년에 발표된 제인 마플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화요일 밤에 모인 여섯 사람이 매주 미스터리한 문제를 내기로 합니다. 첫 문제는 전직 런던 경시청장 헨리 클리서링 경이 들려주는 독살 사건입니다. 영어 단어가 실마리인 재미없는 단편입니다. 읽고 나서 설명이 부족하다 싶으면 'hundreds and thousands'를 검색해보면 됩니다.

아스타르테의 신당 ★★
펜더 박사가 젊었을 때 본 이상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고, 미신적인 분위기 때문에 별로였습니다.

금괴 ★★
마플의 조카 레이먼드 웨스트가 겪은 사건입니다. 금괴를 빼돌린 범인 이야기인데 평범하면서 인상적이지는 않은 단편입니다. 대축일이나 정원사 소재도 문화 차이가 나서 별로였습니다.

피로 물든 보도 ★★★
화가 조이스 랑프리에르가 목격한 사건입니다. 앞의 이야기들과 달리 요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소재를 사용합니다. 기발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공포와 시각적 묘사에 힘입어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뜨개질을 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다 보면 진실이 보인답니다."

  "시골에도 끔찍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너희처럼 젊은 사람들은 부디 이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모르고 살아야 할 텐데."

동기 vs 기회 ★★
변호사 페서릭 씨의 이야기입니다. 유언장을 소재로 한 단편인데 너무 간단합니다.

성 베드로의 엄지손가락 ★★
마지막으로 제인 마플 차례입니다. 이번엔 마플이 주인공이 되어 조카 메이벨의 누명을 벗기고 독살 사건을 밝혀내는 활약을 들려줍니다. 하지만 영어 단어를 토대로 비슷한 발음의 단서를 찾아내는 이야기라서 추리 과정은 재미없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 레이먼드가 조이스에게 청혼했다는 게 알려지며 마무리됩니다. 여기까지가 애거서가 초기에 연재한 여섯 편입니다. 8개월 뒤에 다시 마플 단편을 연재하며 이 책의 뒷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건 네 착각이야. 사람들은 다 거기서 거기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들 그런 줄 모르고 살지."

파란색 제라늄 ★★★
전편에서 시간이 지나 새로 시작된 단편입니다. 헨리 클리서링 경과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헨리는 새로운 인물들에게 마플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경찰 정보로 사건 결과를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이미 아는 사이라서 그런지 이야기 중간에 마플과 대화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앞의 단편들에 비해 이야기가 복잡해졌고, 곁가지로 위장도 합니다. 인물의 심리도 추리하기에 좀 더 볼 요소가 늘었습니다.

동행 ★★★★
로이드 박사가 목격한 익사 사건 이야기입니다. 긴장감 흐르는 이야기로 시선을 붙잡으며 결말로 이끄는 게 대단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네 명의 용의자 ★★★
미해결 사건에서 부당한 의심을 받는 용의자에 주목한 단편입니다. 암호문이 나오는데 한글로 쓰여있는 게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조금 불리합니다. 하지만 암호문 풀이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수수께끼도 이중으로 깔려있고, 불행한 용의자라는 이야깃거리도 있고, 점점 마플의 역할이 돋보이는 게 좋았습니다.

  "범인에 대한 생각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쪽은 결백한 사람들이니까요."

크리스마스의 비극 ★★★★
마플이 막지 못했던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마플이 본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단편입니다. 보다 보면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지나치게 초인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는 분명 오류가 있겠지만, 추리소설 주인공은 틀리지 않는 캐릭터니까 일종의 초능력이나 개성같습니다. 모자와 전화 통화를 실마리로 밝혀지는 범행, 대담한 범행이 주는 충격, 씁쓸함이 고루 담겼습니다.

*마플은 평생을 연구한 학자가 유물을 감정하는 것에 자신을 비유합니다. 이 대목에서 황금가지판은 이상하게 유물의 예로 딱정벌레가 나옵니다. 해문판에서는 망치라고 번역되어 있습니다. 영어 단어 'beetle'을 황금가지판에서 잘못 번역한 것 같습니다.

  "우리 조카가 표현하길 '아무 쓸모 없는 여자들'은 시간이 많고 주된 관심사가 '사람들'이지요. 그러니까 그 방면에 관한 한 '전문가'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가 젊었을 땐 입에 담지도 못했을 말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지만 한편으로는 순진하기 짝이 없답니다. 무엇이건 닥치는 대로 믿거든요. 그리고 누가 부드럽게 충고하려 들면 빅토리아 시대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독초 ★★
밴트리 부인의 이야기입니다. 한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다른 단편과 달리 문답식으로 정보를 정리합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재미있는데 사건은 끔찍합니다. 뒷맛 나쁜 이야기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방갈로에서 생긴 일 ★★★★
마지막으로 배우 제인 헬리어 차례입니다.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헬리어를 사람들이 격려해가며 진행하는 게 앞의 단편과는 또다른 맛이 있습니다. 사건 이야기는 아리송하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반전이 멋졌습니다. 이렇게 1930년에 연재된 여섯 편도 막을 내립니다. 이후에 쓴 단편 하나가 더해져서 열세 가지 수수께끼라는 책이 나옵니다.

익사 ★★
1931년에 발표한 단편입니다. 이야기를 듣던 형식에서 벗어나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 등장합니다. 사건은 평범한데 마플 위주가 아니어서 별로였습니다. 처음에 마플이 헨리 클리서링 경을 찾아와 자신이 생각하는 범인을 살짝 알려줍니다. 그리고 헨리가 수사해서 범인을 밝혀내고 역시 마플이 맞았다는 게 확인됩니다. 마플의 말과 생각을 볼 기회가 없고 헨리 클리서링 경을 따라가다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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