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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관 미스터리 / 엘러리 퀸 ★★ 본문

추리소설

그리스 관 미스터리 / 엘러리 퀸 ★★

유토니움 2017. 7. 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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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명 시리즈 네 번째 작입니다. 명작이라고 들었지만 지루함을 이기기 힘들었던 터라 이 점을 써보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독자도 탐정과 함께 추리할 것을 요구합니다. 단서를 감추지 않고 공개해서 독자가 범인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엘러리가 긴 해설과 함께 범인을 공개합니다. 이때 엘러리의 추론 과정에, 예상 반론과 그 반박까지 엘러리 혼자 줄줄 말하니 너무 오래 혼자 떠든다 싶은 감이 있습니다. 앞서 제시된 단서를 모두 해설해서 빈틈없는 문제풀이를 하려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한 번 정도 이렇게 검증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엘러리와 두뇌 대결을 하는 범인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반전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이 너무 늘어진다 싶은 면도 있고, 시리즈 특징과 어긋나는 점도 생깁니다. 그 결과 약점이 두드러집니다.

소설이 긴 것만 해도 달갑지 않습니다. 국명 시리즈는 추리소설이라는 형식미에서 높이 평가되지만, 스토리가 재미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작가가 설치한 무대를 보여주고 등장인물, 사물에서 정보를 제시, 이 정보를 가지고 결론을 추론하는 유희에 충실합니다. 요즘 같으면 어드벤처 게임에 가까운 재미입니다. 등장인물들은 단서 제공을 위한 NPC와 같아서 어디까지나 무대 위의 사람 같은 느낌입니다. 이야기에 생동감이 없는데 설명 위주로 분량이 많아지니 지루합니다.

엘러리가 하는 설명은 지나치게 세세하고 불필요하게 많습니다. 이 작품은 중간부터 범인과 엘러리의 두뇌 싸움을 해설합니다. 엘러리가 사건 종결시킬 것처럼 추리를 늘어놓지만 오류가 생깁니다. 그리고 다시 이것이 범인의 계략이며, 범인이 엘러리보다 앞서 같은 발상을 했으니, 이것이 가능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는 식으로 설명이 이어집니다. 가능하면 간결하게, 연출도 재미있으면 좋겠는데 엘러리 혼자 이걸 계속 떠들고 있으니 질립니다.

뒤에 가면 타자기가 등장합니다. 옛날 소설이라 그때는 타자기가 흔했겠지만, 요즘 독자 입장에서는 더 지루해집니다. 지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타자기 구경도 못 해봤을 텐데, 소설 속 엘러리는 타자기 특성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이 타자기가 범인이 사용한 타자기인가 확인하는 건데 추론 해설이 너무 깁니다. 간결하게 전개하면서 핵심 단서만 자세히 설명하면 좋을 텐데, 이 소설은 뭐든지 설명하느라 지나치게 늘어집니다.

엘러리 퀸 추리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반전도 있습니다. 소설 후반에 엘러리가 반격에 나서면서 의혹들은 하나씩 정리됩니다. 마지막에 가면 범인 이름만 빈칸으로 남은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전반부에 나온 단서 몇 개가 이상하게 마지막까지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 그 꼼꼼한 엘러리가 다른 건 다 설명하고 치워버려서 남은 단서는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거 분명 단서 맞는데, 아까부터 이건 왜 그냥 넘어가는 거지 하고 신경이 쓰입니다. 스토리가 그렇게 흥미로운 것도 아닌데, 다른 설명만 늘어놓으면서 참고 기다리라고 하니 답답합니다. 들어맞는 용의자는 한 명인데, 독자가 주목하는 사람만 피하면서 너무 이야기를 오래 끕니다. 독자는 관심 없는 사람들을 들먹이며, 이 사람은 범인이 아니다 하는 걸 또 너무 오래 합니다.

반전을 쓰고 싶었다면 범인이 드러났을 때 빨리 전개해서 휙 뒤집고 봐야 합니다. 아니면 소설이 재미있어서 독자의 의식을 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평소 엘러리가 하던 추리 해설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고 있습니다. 남은 퍼즐 조각을 다 알고 있는데, 이미 완성한 조각을 시시콜콜 다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범인 밝혀집니다, 이 사람이 범인입니다, 예고 다 하고 반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는 아주 타당하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왜 굳이 이렇게 썼을까 싶습니다.

국명 시리즈의 특징은 독자에의 도전과 엘러리 퀸의 연역 추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관 미스터리는 새로운 시도로 단점이 부각됩니다. 독자와 함께 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독자보다 뒤처지는 추리소설이 되었습니다. 과도한 설명으로 두뇌 싸움을 전달하는 것보다, 간결하고 명쾌한 추리소설이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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