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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관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 본문

추리소설

목사관의 살인 / 애거서 크리스티 ★★★

유토니움 2017. 7. 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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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로가 등장한 1920년을 지나 1930년, 우리는 미스 마플을 만납니다. "목사관의 살인"은 제인 마플이 출연하는 첫 장편소설입니다. 제인 마플과 세인트 메리 미드가 세상에 나타난 건 그 이전입니다. 잡지에 마플 단편이 연재되기도 했고, 푸아로 장편소설 "블루 트레인의 수수께끼"에서 세인트 메리 미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이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이 가리키듯 목사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소설입니다. 시골 마을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15년 만에 발생한 살인 사건이라고 합니다. 화자는 바로 그 목사관에 사는 목사입니다. 점잖은 목사가 쑥덕쑥덕하는 마을 분위기나 위험한 이웃 마플을 보는 시선이 재미있습니다.

  마플 양은 상냥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진 백발의 노처녀였다. 반면 웨더비 양은 심술궂고 야단스러운 여자였다. 하지만 둘 중 더 위험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마플 양이었다.

  "이보게, 자네는 이 작은 마을의 탐정적 본능을 과소평가하고 있군.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는 사적이고 은밀한 사건도 모두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네. 시간이 남아도는, 나이가 몇인지 헷갈리는 노처녀만한 훌륭한 탐정은 없다네."

  "세인트 메리 미드는 마을 전체가 자네가 칫솔을 어디 두는지 어떤 치약을 사용하는지까지 다 알고 지내는 곳이라네."
  "참, 그런 것들을 왜 그리 흥미 있어 하는 겁니까?"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네. 만약 자네가 면도 크림을 바꾼다면 당장 그것이 대화 주제가 될 걸세."

소문 좋아하는 마을의 늙은 고양이들 가운데 하나, 그중에서도 주의할 인물이라는 인상입니다. 한편 왕래할 정도로 친한 이웃이고, 신뢰 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웃집 마플 여사가 남다른 통찰력으로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목사와 멜쳇 대령이 마플을 보는 시선이 변해갈 때쯤이면 독자도 독특한 멋에 빠질 것입니다.

  마플 양은 손가락을 꼽아 가며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그래요, 일곱 명은 되겠네요. 프로더로 대령을 해치고 기뻐할 사람을 적어도 일곱 명은 생각해 낼 수 있어요."
  대령은 마플 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일곱 명이요? 세인트 메리 미드에 말입니까?"
  마플 양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쭈글쭈글한 노파는 자기가 이 세상의 알아야 할 것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평생 동안 이 마을 밖으로는 나가 보지도 못했으면서 말이야.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일이야. 저런 여자가 인생에 대해 뭘 알겠나?"
  나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분명 마플 양이 거창한 인생에 대해서는 조금밖에 모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곳 세인트 메리 미드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마플 양은 실수를 할 노파가 아니었다. 언제나 옳은 말만 하는 불가사의한 비결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추리소설 속에 애거서의 발랄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유머와 사랑이 넘칩니다. 이 작품 이후 다음 마플 장편이 나오는 건 1942년으로 긴 공백이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사는 세인트 메리 미드와 다정한 이웃 마플 여사가 잊힐 리 없습니다. 이후 제인 마플은 애거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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