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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 아리스가와 아리스 ★★ 본문

추리소설

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 / 아리스가와 아리스 ★★

유토니움 2017. 2. 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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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간 구매 및 리뷰는 까마귀 어지러이 나는 섬으로 시작했습니다. 200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작품인데 10년이 지나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습니다.

고립된 섬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입니다. 버려진 섬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모입니다. 히무라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섬에 오게 되는 경위나 까마귀 떼가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풍경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시작만 그럴 뿐, 느슨한 작품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면 일단 이 작품은 아닙니다.

은둔 문학가 에비하라 슌과 그의 열성 팬이라는 모임은 수상합니다. 이런 외진 섬에서 모이는데 평범한 모임일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들 평화롭게 지내고 있으니, 히무라와 아리스가와도 한가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7장+종장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3장이 끝날 때 처음으로 피해자가 발견됩니다. 그 전까지는 너무 긴장감이 없어서 뜸 들이는 시간이 길구나 싶습니다. 소설 전반적으로 복제인간이나 젊은 사업가의 야망 등 트렌디한 소재도 나오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잘 버무려졌다기보다는 사족이 많아 보입니다. 미스터리 외에도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 피해자가 나온 뒤에도 다들 조용합니다. 갈등 일으키는 사람 없이 얌전합니다. 5장에서 두 번째 피해자가 발견되고, 후반에 사실확인을 해서 히무라가 범인을 밝힙니다. 문제 일으키는 사람이 없는 건 극 중 인물들에게는 다행입니다. 하지만 인물들이 개성이 없습니다. 사건 당시의 행동도 평범하게 각자가 진술해서 정리됩니다. 조금 트집을 잡긴 하지만 히무라의 말을 다 들어주고, 범인도 저항 없이 밝혀집니다. 너무 이상적이고 메마른 사람들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범인의 정체에서 독자도 별 감정을 못 느낍니다. 개성 강한 사람은 피해자가 되었고, 남은 용의자는 그게 그 사람 같습니다. 왜 이런 섬에 있는 건가 하는 비밀이 있지만 그건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공유하는 비밀입니다. 범인 개인의 개성이 없습니다. 히무라가 아무 이유 없이 범인을 지목할 수는 없으니 범인을 추려내기 위한 단서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추리를 위해 삽입된 단서일 뿐입니다. 독자에게 인물 개개인을 인식할만한 이야깃거리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쾌감이 없습니다.

그 외 소설에서 오랫동안 지켜진 비밀이 사람들은 왜 섬에 모였는가 하는 겁니다. 이것도 종장에서 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설명됩니다. 기괴하다면 기괴하지만, 그 계획이나 사람들을 모은 것이나 터무니없습니다. 작가가 써보고 싶은 상상을 써보긴 했지만, 살인사건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무리한 이야기였습니다.

범행 방법은 누구나 할 방법이라 풀어낼 게 없습니다. 왜 사람들이 섬에 있는가 하는 비밀은 소설 내내 끌다가 마지막에 드러나지만 기괴할 뿐입니다.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건 인물 묘사가 없어서 흥미가 떨어집니다. 살인 동기도 마지막에 범인이 자백할 때 짧게 언급될 뿐입니다. 주요리는 별로인 와중에 시체를 옮기고 전화선을 끊은 이유를 푸는 추리는 좋았습니다. 그 부분만은 비정한 욕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07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작품이라 기대하고 읽게 되지만 결과는 허탈합니다. 어디서 뽑았다는 타이틀이나 순위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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