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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 본문

추리소설

활자 잔혹극 / 루스 렌들 ★★★

유토니움 2017. 1. 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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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라는 압도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입니다. 첫 문장에서 무시무시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문맹 유니스가 가정부로 들어가 커버데일 가족을 죽이기까지를 되짚어봅니다.

유니스 파치먼이라는 인물의 배경과 가정부가 되기까지의 묘사가 대단합니다. 로필드 홀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나 커버데일 가족에게 자신의 비밀을 감추는 이야기에서도 캐릭터가 생생히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기분 나쁜 꾸물거림이 독자를 붙잡습니다. 평화롭게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것 같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첫 문장에서 나왔습니다. 피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흘러가는 이야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도 잊을만하면 결말을 암시하며 조마조마하게 몰아갑니다.

후반으로 가면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초반보다 위기감이 더 깊어지지 않습니다. 앞에서 익숙해진 정도의 사건이 다시 나타나는 정도고, 유니스도 초반의 묘사에서 별로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결말이 가까워져 오는데도 사건을 일으킬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변모를 보이는 건 공범인 조앤입니다. 조앤은 점점 더 미쳐가고, 커버데일 가족과 불화를 일으키고, 사건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함을 몰고 옵니다. 하지만 조앤은 유니스처럼 깊이가 느껴지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저 미치광이 같아서 이런 이야기들이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조앤이 유니스의 성향에 영향을 줬거나, 유니스가 사건을 발화시켰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날에도 유니스가 중심인물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건이 터지는 경위도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조앤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이고, 유니스도 그저 충동으로만 일가족을 죽인 것 같았습니다.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저 첫 문장의 무게감을 뒷받침하는 묘사는 아니어서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 남은 결말까지의 수사 과정은 지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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