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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쉬 4 잠자는 신의 탑 크렐 프롤로그 본문

브랜디쉬/브랜디쉬 4 잠자는 신의 탑

브랜디쉬 4 잠자는 신의 탑 크렐 프롤로그

유토니움 2012. 7.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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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 -Clare-

Race : Elf Sex : Female Age : 15 Class : Summoner

  스란 제국 소속, 톨카이아 소국 출신. 어렸을 적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수도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힘든 수행에도 잘 견디고 있었지만 자신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있었기 때문인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무기는 지팡이. 방어구는 로브와 팔찌. 공격력과 방어력이 낮지만 마법능력이 높다. 조건을 만족시키면 정령 소환 등이 가능하다.

-NIGHTMARE-

  거대한 달이 소녀의 눈앞에 떠 있다. 그 달은 차갑게, 천천히 소녀를 비추고 있다.
  소녀는 달을 보고 있었던 눈동자를 자신의 손으로 돌렸다.
  소녀는 눈을 의심했다.
  달빛에 비치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예리하게 자란 은색의 손톱이었다. 그 손톱 주위에는 새빨간 액체가 묻어 있었다.
「…피?!」
  떨어지는 액체의 끝에는 죽어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니!」
  가슴을 움켜진 채 어머니는 고통을 참으며 무엇인가를 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숨을 헐떡이기만 할뿐 제대로 말을 못했다.
  달을 등지고 있는 소녀의 얼굴이 어둠에 흘러가고 있다. 그래도 눈동자만큼은 파랗고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어머니는 넘치는 숨을 참아가며 말을 했다.
「…크렐…자책하지마…. 모든 것은…크렐의…피가…크렐은…나쁘지…않아….」
  말이 끝나자 어머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내가…죽인 거야…?…어머니를…」
  그 말이 공기가 되어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죽인 거…야…?」
  단지 주위의 정경(情景)이 영원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점점 공포가 커져 그 장소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내가 죽였어……」
  이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달은 갑자기 빛을 잃었다. 암흑과 어둠에 눌리어 절망을 느끼며 소녀의 의식은 멀리 떠나갔다.

크렐과 사피유 -CLARE AND SAPHIRE-

「……!!」
  소녀는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친 숨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리고 무섭고도 무서운 자신의 손을 보았다.
  하얗고 얇은 손가락. 둥글고 분홍빛의 손톱의 오른 손이 거기에 있었다. 안심하는 듯 한숨을 내쉬고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창문으로 보이는 둥그런 달은 조용히 지상을 비추며 어둠을 진정시키고 있다.
  (또 그 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꿈의 영상이 또 보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크게 한숨을 쉰 후 소녀는 중앙 정원의 잔디로 가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

「크렐. 거기에 있는 사람은 크렐이야?」
  등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사피유…」
  사피유는 크렐의 옆으로 와 허리를 굽혔다.
「또 그 꿈을 보았군.」
「응…」
  그 때의 일이 꿈이었다면 좋으련만... 크렐은 이 꿈이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선조시대 때부터 이어 내려온 그녀의 속에 잠들어 있는 이상한 힘. 크렐은 그 저주받은 힘을 자신도 모르게 사용해 버렸다.
  크렐과 어머니가 발견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괴수의 짓이라고 결정지었다. …그러나 자신만은 진실을 알고 있다. 그것을 밝힐 수 없는 자신. 무엇보다도 자신의 저주받은 힘과 그 힘 때문에 돌아가신 어머니.
  크렐의 작은 가슴에 아직 남아 있는 이러한 일들이 크렐을 억누르며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절망과 공포로 말을 잃은 크렐. 그녀를 싫어하는 아버지에 의해 수도원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있잖아, 크렐. 나 생각해봤어. 크렐같이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강하고 착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고...」
  크렐은 자신을 친절히 대해 주는 사피유에게도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든지 고통이나 슬픔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극복했을 때, 그 고통과 슬픔만큼 사람에게 친절해 진다고 생각해.」
  크렐의 누그러진 표정을 보고 사피유는 화제를 바꾸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후, 왜 그래, 크렐. 모처럼 무녀로 뽑혔잖아. 내일은 신의 탑에 여행을 가게되어 있잖아. 이런 상태라면 안돼.」
「사피유, 나, 역시 무녀가 맞질 않나 봐. 사피유가 더…」
「잠깐만, 그런 한심한 얼굴 하지마. 떨어진 우리들이 바보 같잖아.」
「그런 것이 아니야. 나는 사피유처럼 주술의 능력도 없고... 따라갈 수 없어.」
「크렐, 너는 누구라도 좋아하는 중요한 소질이 있어. 주술이라는 힘이 없어도 신에게 기도하기에 충분한 친절함이 있어…」
「사피유…」
「무녀님은 깊은 생각이 있어 당신을 선택한 거야. 자, 이제 자자. 내일은 빨리 일어나야 하니까. 100일간의 수행 여행은 쉽지 않아.」
  사피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고마워. 사피유….」
  크렐은 침실로 돌아왔다.

  잠이 들면서 그녀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언젠가 숲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숲과 노파 -AN OLD WOMAN AND FAIRIES-

  그날, 크렐은 여느 때와 같이 나무를 모으기 위해서 숲으로 갔다. 별로 좋은 나무를 발견할 수 없어, 보통 때에는 가지 않았던 이 숲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러운 노랫소리였다.
  크렐은 그 노랫소리의 주인공을 밝혀 내리라 생각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숲 속을 조금씩 들어가자, 숲 속 그늘의 잡초의 수풀에 도착했다. 그 수풀 저쪽에서 노래가 들려왔다.
  크렐은 잡초의 그림자에서 살짝 머리를 내밀고 노래가 들리는 쪽을 훔쳐보았다. 거기에는 좋은 옷차림을 한 엘프의 노파가 앉아 노래하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작은 그림자가 몇 개 한들한들 떠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곤충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이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저것은 요정이야…요정이 정말로 있었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노파는 크렐의 존재를 눈치챈 듯 했다.

「거기에 누군가 있나요?」
  노파의 목소리에 크렐은 놀라 머리를 숙이고 몸을 숨겼다.
「이리로 와요. 여기서 나의 노래를 들어봐요.」
  노파의 부드러운 말에 크렐은 천천히 일어나 노파에게 다가갔다. 요정들은 크렐을 경계하듯 노파의 등뒤로 숨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크렐이라고 합니다. …저, 할머니의 노래에 끌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주위에 요정들의 모습이 보여서…」
  노파는 웃으며 끄덕였다.
「당신들, 숨지 말고 나와요. 이 소녀에게는 당신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친절한 여자 아이예요.」
  노파의 그림자에서 한 요정이 머리를 내밀었다. 이어서 또 한 명. 크렐에게 해칠 뜻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요정들은 안심하고 크렐의 앞에 모습을 보였다. 한 명의 요정이 크렐의 주위를 조사하듯 빙글빙글 돈 후, 크렐의 머리에 앉았다. 이것을 본 다른 요정들도 어깨와 손에 앉아 그녀를 시험하듯 주위로 모여왔다.
「크렐이라고 했지요. 당신, 요정들이 좋아하는 것 같군요.」
  노파는 눈을 얇게 뜨고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요정은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지요. 당신은 좋은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요. 반드시 훌륭한 무녀가 될 거예요.」
「그렇지 않아요. 무녀의 수행이라면 벌써 몇 년을 계속하고 있지만 저는 짐만 될 뿐, 탁선(託宣)도, 주술도, 아직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천천히 수행을 하면 되요. 사람은 각자 자기에 맞는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거든요.」
  이러한 말을 듣자 크렐은 마음이 놓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 오늘은 고마웠어요. 여러 가지 가르쳐 주셔서, 일하고 있던 도중이어서 그만 돌아갈게요. 또 이곳에 와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대환영이에요. 그렇죠? 여러분.」
  노파는 미소를 지으며 요정들을 보았다.
「크렐, 또 와야해.」
  요정들은 벌써 크렐과 친해진 것 같았다. 크렐은 노파와 요정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 후, 크렐은 숲에 갈 때에는 반드시 그 숲에 들려 요정들과 같이 노래를 하거나 수다를 떠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노파와는 그날 이후로 만날 수 없었다.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크렐은 뒤척이며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이번에 눈앞에 떠오른 것은 낮에 있었던 달의 의식이었다.

달의 의식 -A CEREMONY OF MOON-

  성당에는 무수히 많은 촛불이 켜 있었다. 좌우에 여승들이 촛불을 들고 성가를 부르고 있다. 제단 위에는 수명의 여승을 따라 노파가 서 있었다. 허리는 완전히 굽었고 고귀한 신분의 증명인 하얀 베일을 얼굴에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가 새벽의 무녀였다. 원래대로라면 일부의 고위 승려 이외에는 그녀와 얼굴을 맞댈 기회는 없었다.
  양탄자가 깔려 있는 가운데 길을 걸어가는, 수인의 젊은 여승 중에 크렐과 사피유도 있었다. 그 중에서 다음 무녀가 결정되게 되어 있다.
  후보자가 무녀의 앞에 정렬하자 성가는 끝났다. 제단에 올려진 커다란 촛대에 불이 붙여지고, 무녀의 여승들은 신에게 올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크렐은 처음으로 본 무녀의 모습과 승려들의 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늙은 무녀의 목소리가 성당에 울려 퍼졌다.

「일족들이여, 모두 마음을 열어라. 나는 이제 물러나는 시기를 맞는다. 일족의 관습에 따라 나의 발자취에 이어 신의 마음과 가르침, 그리고 그 힘을 계승할 인물을 지명한다. 이것은 신앙심과 주술이 뛰어난 자를 엄정한 조사를 통해 선별한 것이다. 나의 뒤를, 그 길을 이을 자의 이름은…」
  무녀는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높이 치켜올린 후 천천히 내렸다.
「크렐. 너를 무녀로서 나의 계승자로 정한다.」
  지팡이의 끝은 크렐을 향하고 있었다.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모두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확실히 크렐의 성품은 만인이 인정하고 있었다. 동시에 주술의 힘이 없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엄한 무녀의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위의 웅성거림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녀는 계속해서 말했다.
「고대의 관습에 따라 새벽의 무녀가 되는 크렐에게는 100일간의 수행을 명한다. 동쪽의 땅에 있는 신의 탑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따르는 자로는 사피유, 너를 임명한다.」
  누구나 주술이 뛰어난 사피유가 무녀가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당은 조용해졌다.
「신의 탑에서 수행을 끝냈을 때 달의 의식은 완료된다. 그후 다시 태양의 의식을 할 것이다.」
  가장 자신의 귀를 의심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크렐 본인이었다. 왜 자신이 선택된 것인가?
  무녀는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자, 크렐. 가까이 오세요.」
  크렐은 시키는대로 무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새벽의 무녀님, 왜 저 같은 것이…」
  무녀는 자신의 얼굴을 덮은 베일을 올렸다.
  그곳에 있었던 사람은 언젠가 숲에서 만난, 요정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노파였다.
「크렐, 정말로 오랜만이군요….」
「할머니가… 새벽의 무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새벽의 무녀에게 할머니라고, 무례하군.」
  옆에서 서 있던 승려가 크렐을 혼냈다.
「괜찮아.」
  무녀는 그 승려를 제지하고, 크렐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크렐, 당신과는 언젠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직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군요.」
「…할머니….」
「이것도 운명…. 그리고 당신이 새벽의 무녀로 선택된 것도.... 그렇지. 사람은 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전하고 싶어서...」
  무녀의 뼈가 앙상한 손은 크렐의 손을 잡았다.

  불과 낮에 일어난 일이지만 벌써 아득히 먼 옛날일 같이 생각되었다.
「왜 할머니는 나 같은 것을 선택하였을까…. 내 속에는…. 무서운 힘이 잠들고 있는데….」
  크렐은 창 저쪽에 보이는 달을 쳐다보았다.「무서운 힘….」
「신이시여… 당신은 왜 나에게 이런 힘을 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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